칵테일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텐데, 사실 칵테일이란것도 그냥
술이랑 음료를 섞은것에 불과하고 물론 경지를 드높이는 전문가들도 많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즐기는 층이 얇은 것 같다.
내 와이프는 결혼하기 얼마전 예비남편이 주당이라고 조주사 자격증까지 땄었는데, 그래서
신혼땐 큰맘먹고 남대문 수입상가가서 수십만원어치 리큐르랑 뭐 그런것도 사주고 그랬다.
근데 그런것도 그때뿐이지, 어느 미친년/놈이 저녁에 샤카샤카 해서 칵테일 만들어 먹겠냐?
나도 맥주나 소주, 막걸리를 즐겨마시는 사람일 뿐이지만, 나름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고
아, 이런건 생각보다 좋구나 하는 것들이 있어서 좀 나눠볼까 해.
1) 진토닉
아주 오래되고 대중적인 칵테일인데, 쉽게 말하면 토닉워터(마트가면 작은병에 800원 정도, 쉽게 말해
설탕이 적은 사이다라고 보면 된다)에 진을 탄거다.
잔에 얼음넣고 진을 붓고, 토닉워터를 부어서 슬쩍 흔들어 먹으면 되니까 만들기도 쉬운데, 더워지는 계절엔
청량감도 좋고 뭣보다 집에서 흔히 쓰는 유리컵에 마셔도 제격이라 아주 좋지.
운동하고 난 뒤나, 화창한날 한가롭게 한잔하기에 그만이다.
2) 스크류 드라이버
보드카에 오렌지쥬스를 탄건데,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런게 중요한건 아니고 도수가 높다싶은
보드카를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단점이라면 맛있다고 여러잔 먹다가 뿅감.
역시 집에서 흔히 보이는 유리컵에 마셔도 제격이라는것 (칵테일이나 와인잔을 종류별로 갖춘 집이 얼마나 되겠냐)
3) 위스키콕
쉽게 말해서 위스키에 콜라를 탄거다. 위스키에도 종류가 많거든.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정도 되는걸
칵테일해서 들이키면 병신새끼고...
위스키콕은 주로 싸구려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유명해졌는데,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붓고 콜라를 부은뒤
슬쩍 흔들어 먹으면 된다. 집에 손님들 오고 할때 부담없이 대접할 수 있는것 중 하나다.
너네 혹시나 룸에 가서 기집애들이 비싼술에 콜라탄다고 하면 뒤통수 한대치고 삼촌 나오라고 해도 된다.
뭐 위에 3가지는 너무 유명한 것들이고 내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거지만 한번 얘기해본거고 이제 우리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을 알아보자
1) 막걸리 + 사이다
막사이주라고 해서 박통께서 즐기던걸로 유명하다. 막걸리는 보통 텁텁하고 들척지근한 느낌이 있는데,
막걸리 2 : 사이다 1 정도의 비율로 섞으면 먹기도 편하고 청량감도 좋아서 그만이다.
2) 막걸리 + 맥주
이건 모르는 이들도 많겠지만, 의외로 많이 알려진 조합이다. 역시나 막사이주처럼 청량감이 있고 마시기 편한데
맥주의 쌉쌀한 맛이 막걸리의 단맛을 잡아줘서 개인적으론 막사이주보다 이걸 선호한다
3) 막걸리 + 오렌지쥬스
제주도에서 만드는 감귤막걸리 있지? 역시나 막걸리의 맛을 잘 감싸주는게 과일즙이라서인지 마트가면
감귤막걸리, 복분자 막걸리 등등 많을거다. 막걸리 7에 쥬스 3 정도로 한번 마셔봐라
4) 소주 + 녹차(자스민차)
중국집 가면 차를 주지? 거기에 소주를 1:1 정도로 타서 마셔봐라. 소주에 단맛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게될텐데
일본에선 우롱차나 녹차에 양주를 타서 만드는 칵테일이 흔할 정도로 일반적인 조합이다.
평소 마시는 소주보다 단맛이 오히려 더 느껴지고 마시기도 편해서 괜찮다.
5) 뜨거운 코코아 + 위스키
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달콤한 맛 뒤에 느껴지는 알콜과 씁쓸한 맛이 아주 좋다.
이미 유사 레시피가 많기도 하지만, 취향따라 즐기면 된다. 양주중에 베일리스라고 있는데 그걸 상상해도 괜찮지 않을까.
6) 맥주 + 사이다
이건 내 비장의 칵테일인데... 데이트할때 써먹어봐라 ㅎㅎ
맥주와 사이다의 비율은 취향대로 정하되 맥주 6 : 사이다 4 정도면 어떨까 싶고... 왜 맥주 특유의 씁쓸한 맛이 싫거나
자기는 술 못마신다고 유난떠는 사람들 있잖냐. 땀흘리며 운동한 뒤에 이거 한잔이면 정말 좋다.
샌디개프라고 유사한 칵테일이 이미 있을만큼 유명한 레시피고 그냥 맥주 붓고 사이다 좀 타면 끝이다.
목넘김도 부드럽고 청량감이 좋아서 독한술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들 좋아할거다.
7) 따끈하게 데운 레드와인
와인은 실온이나 차게 먹는걸로만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실제로 많이들 데워서도 먹는다. 주전자에 팔팔 끓이는게 아니라
중탕을 하거나 라디에이터에 데워도 좋은데, 취향에 따라 계피스틱을 하나 넣어도 좋다.
추운날 몸을 덮히는데 그만이고, 여자들이 맛있다고 홀짝거리다가 뿅가니까 알아서 써먹어라 ㅎㅎ
8) 뜨겁게 데운 정종
청하는 단맛이 심해서 안좋고, 백화X복 이런거 어른 허벅지만한 병이 만원이다. 도자기 잔에 따라서 1분 정도 데우면
뜨끈뜨끈해지는데, 추운날 창밖을 보며 마시면 기가막히지. 처음엔 호호 불어가며 마실정도로 뜨거워야 제맛이다.
뭐 이런저런 술도 마셔보고 본토가서 와인도 마셔봤지만, 결국엔 내 기호에 맞는게 최고겠지.
아쉬운점이라면 우리나라엔 아직 제대로 된 술이 없다는거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맥주는 맥주라고 부르기도
창피한 수준이라 해외 맥주에 비하면 재료함량이나 유통과정이나 허접하기 그지없다.
특히 일본에선 맥주와 발포주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기도 한데, 자세한건 게이들이 찾아보면 될 일이지만
우리나라 맥주는 일본기준 거의가 발포주고, 2~3가지만 겨우 맥주분류라고 보면 된다.
와인같은 경우는 프랑스나 이태리에서도 유명브랜드 이런거 찾고 셀러를 갖추고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고
그냥 계절따라 취향따라 몇천원 하는거 사서 마시고 하는 정도가 많더라.
아쉬운건 맥주는 호프로 만들고 와인은 포도로 만드는데, 우리나라 소주는?
오리지널 소주는 위스키처럼 증류를 해서 만드는거지만, 우리가 즐기는 녹색병의 술들은 술이 아니라 그냥 알콜에 물탄거다.
그런점들이 좀 아쉽고...
뭐 많을 술꾼들을 위해서 한가지 권유를 해보자면
위스키는 가급적 얼음에 담그거나 콜라에 타서 먹지마라
면세점 기준 50불 이상가는 술들은 사실 꽤 비싼거라고 봐야하고 공들여 만드는 거거든.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1/ 위스키 6 : 생수 4
2/ 위스키 6 : 따뜻한 생수 4
정도다. 얼음을 타서 콜라를 섞어서 마시면 도대체 맛을 느낄수가 없고, 비싼술 먹는 의미가 없다. 따뜻한 물을 타면
마시기도 편하고 술의 향기와 맛을 잘 느낄 수 있거든.
이들도 나중에 장가가게 되면 장인될 분이 집으로 초대도 하고 그럴텐데, 얼음타서 양주 주려고 하면 아는척 하면서 써먹어라.
세줄요약
1. 술은 인류의 문화유산
2. 즐겁게 마시고
3. 건강은 챙기자